[스크랩] `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찾으려 < 3 > - 하쿠나 마타타 -
- 둘째날 -
운 행 : 만다라산장 (2.750m)
- 호롬보산장 (3.720m )
오른 높이 약 1,000 미터
거 리 : 약 11.6km
산행시간 : 약 8시간 30분
만다라 산장(Mandara Huts) 에서
호롬보 산장(Horombo Huts)까지는
킬리만자로 만의 독특한 관목지대(灌木地帶)였다.
걷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 밀림 숲이 끝나고
잡풀이 무성한 지대로 들어선다.
이곳, 킬리만자로에만 있는 기이한 식물
'거대 시네시오(Giant Scenecio) 킬리만자로'가
드넓은 초원에 솟아있는 풍광이 볼 만했다.
폴리! 폴리! (천천히 천천히)간다.
고도 3,000을 넘으니 고소증에 대한
공포가 맴 저변에 깔리더니,
기다렸다는 듯
은근하게 머리가 어지럽다.
나이가 아직 있을 지난 시절 고산 등반 때
고소증상을 겪은 적이 있어 ,,,,
'어? 이~걸! 어떡하지?'
첨부터 꼭 정상에 오르리라는 마음은 아니였다.
이곳까지 오른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 아니겠는가?
정글 경사길을 40여분 오르니 새파란
푸른 하늘이 시야에
들어오며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낮은 키의 관목이 주우욱
펼쳐진 시원한 풍광이다.
간간히 보이는 키 큰 나무에 매달린 옥수수 수염같은
괴상한 모습의 가는 나무줄기(?)가 바람에 살랑거린다.
관목 사이 그리고 드넓은 초원에
야생화가 쫘~악 널려 있었다.
하얀 눈빨을 인 것 같은 많은 나무가 군락을 이루며
넓게 넓게 펼쳐져 있다.
소생 처음 하얀 꽃더미인 줄 알았다.
(후에 이 나무의 꽃을 보게 된다.)
제랄드가 꽃이 아니고 나무잎이란다.
드뎌!
오~!
'자이안트 시네시오 킬리만자로'의
군락이다.
이건 다른 대원들은 못 봤을 시네시오의 커다란 꽃이다.
제랄드가 어렵게 찾아 알려 주었다.
엇!
발 중심이 흔들린다.
약간 어지럽고,,,
내심 잔뜩 쫄고있던 고소증세가 온다.
지체없이 제랄드에게 전했다.
'쉬어야겠다고,,'
바짝 긴장하며 손목을 돌려 시계를 본다.
높이 3천 10미터
기압 715 헥토 파스칼.
평지 천보다 285나 빠져 희박해졌다.
지금까지 나이를 생각하여
본대와 한참 뒤로 떨어져 제랄드와 둘이서
폴리! 폴리! 로 조심 조심 왔는데
그래도 들이닥치는 구나,,,,
무조건 누웠다.
그리고 한참을 쉬면서 깊은 복식호흡을,,,
한 10분을 쉬고 일어서자,
'하쿠나 마타타!'
제랄드가 따라 하란다.
'하쿠나 마타타!'
폴리!폴리! 다음 많이 쓰는 스와힐리말이다.
'NO PROBLEM, DON'T WORRY'
'하쿠나 마타타!
험한 킬리만자로에서 순수하게
맹글어진 자카족의 생존어다
바로 이어서 소생 배낭을 자기 배낭위에 얹는다.
그리고는 폴리 폴리!는 기본이고
10분 걷고 3분 브레이크 트레킹이다.
제랄드가 다시 말한다.
Tablet! Tablet!
어지럽고 힘이 빠져 깜빡 잊었던
비아그라 1정, 다이나믹스(혈관확장제) 1정
그리고 타이레놀 1정을
입에 털어 넣고 일어섰다.
간다!
찬찬히 걸어야겠다.
발굼치를 먼저 지면에 대는 마사이족 걸음걸이로,,,
비안개가 몰려오더니
시네시오를 휘감으며 환상적 풍광을 만든다.
걷고,
걷되 폴리, 폴리로...
폴리! 폴리!
제랄드가 점심 도시락을 내놓는다.
식욕은 제로로 떨어진 상태지만
고소증!
이걸 이길라면 먹어야 한다.
-모든 생물은 살려고 먹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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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도 아니고 엄청 큰 새가 날아든다.
트레커들이 남긴 음식물을 노리는구나!
헤밍웨이가 '킬리만자로의 눈'에서
죽음의 암시로 그렸던 새인가?
몸 건디션의 걱정이 겹쳐 음산한 느낌이다.
조금이라도 경사가 있으면 무조건 주저앉아 숨을 고른다.
몸체력이 떨어지니 갈 길이 아득하고 맴이 약해진다.
어느 병원 화장실에서 본 워드가 떠오른다.
'낙오자'란 세 글자에 좌절 슬퍼하지 말고
'사랑'이란 두 글자에 얽매이지 말며,
오로지 한글자 '삶' , 지금의 '삶'에 집중하라!
그렇다.
우리는 언제나 지금, 여기에 있을 뿐이다
힘내라! 제랄드가 있다.
'하쿠나 마타타!'
저멀리 구름이 가린 저거' 마웬지 봉'인가?
우와 !
킬리만자로의 대표봉 키보봉이 걷히는 구름 뒤로 나타난다.
이게 킬리만의 3개 명식물 세네시오, 탄자니아 나라꽃,
그리고 로베리토(?)라는건가?
제랄드에게 묻기 조차 귀찮다.
낮은 지대에서 봤던 지천으로 널렸던 나무,
꽃으로 오인했던 하얀 잎들을 무더기로 가졌던
관목의 진짜 꽃이다.
한참을 쉬었는가?
호로모 산장에 본대와 함께 일찍 도착했던 보스 일리와
그룹 가이드들이 제랄드의 워키토키로 연락을 취하여,
도중에 쉬고 있는 소생을 맞으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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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 일리가 소생더러 '그레이트'를 연발한다.
허리를 바짝 땅으로 구부리며 노인 흉내를 낸다.
차가족일찌라도 나이 72살에는
키보봉 등정은 천만 만만의 말씀(No way)이란다.
기진맥진으로 3720미터에 기압은 612헥토파스칼의
호롬보 산장에 거의 기다시피하여 왔다
산장은 올라가는 사람과 내려오는 사람 그리고
고소적응을 위해 머무는 산꾼들로 제법 붐비고 있었다.
헬리콥터 착륙장을 비롯,
고소증 등 조난 트렉커들의 보호, 안전, 수송장구를
갖춘 이를테면 베이스 산장이다.
-조난 트렉커 산악 운반 수레.-
상단에 조난자를 뉘여 모포로 덮은 다음
각 모서리에 포터 4명이 붙들어 밀고,
가이드 1명이 중앙의 막대 핸들로 방향 조정을 한다.
수레는 외바퀴로 바위길을 갈 수 있게 하고
현가 스프링이 높아,지면 바위와 충돌을 막게 되어 있다.
마지막 키보봉 오르기가 최대 난코스다.
이 코스에서 고소증 또는 드물게 부상당한다.
도전자 성공률은 5할 ~ 6할.
(우리 대원도 9명 중 4명이 중도 하산했다.)
키보의 조난자를 이 산장까지는 이것으로 운반.
여기서 쉬면서 좋아지면 그대로 하산,
다음 심한 경우는 국립공원 소속 산악 앰블런스로 수송,
더 심하면 헬리콥터로 모시市의 병원으로 운송.
입장료에는 각 산장 숙박료와 비상시의 운송,치료비도
포함되어 있단다.
쪼까 떨린다.
여기서 혈중산소용존량을 측정.
소생은 다행히 합격!
불합격이면 트레킹은 여기까진가?
아니면 트레커 스스로 판단하는가?
엄청 피곤하여 아무 정신이 없어 묻지 않았다.
산장에 들어가 눕고만 싶었다.
천만 다행으로
어지럼증, 두통은 가벼워지고 있었다.
'오우 하느님! '
속으로 연신
'하쿠나 마타타'를 왼다.
잠깨어 본
숙소 바로 앞 계곡의 시네시오 킬리만자로.
-봐주시어 대단히 고맙습니다.-
격려에 힘입어 갈 때까진 걷겠습니다.
아니다 싶으면 재까닥 하산할 각오로 걷겠시유